지워지지 않는 마법처럼 신비한..

짧은 컬럼이지만 주옥같은 지침으로 꽉차있는것 같다.

[송인섭의 공부 병법] 아이 인생에 대한 부모의 개입

2007년 10월 30일 (화) 17:33 국민일보

부모는 아이 인생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가. 동서고금의 부모들이 머리 싸맨 고민이지만 누구도 "10%쯤 개입하는 게 맞다"거나 "60%쯤 도와주라"는 식의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교육 전문가로서도 지금은 이 질문 앞엔 막막해진다. 그저 "아이를 방치해선 안되지만 간섭해서도 곤란하다"는 하나마나한 조언을 할 수밖에 없다. 듣는 사람은 답답하겠지만 진실은 그런 답답한 말 속에 있다.


재능을 키워주는 자녀 교육의 첫 걸음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줄 수 있지만 아이 인생은 결국 아이 손에 달려 있다. 현실 속에서 부모는 결국 조언자일 뿐이다. 따라서 부모는 애정과 관심은 버리지 않되 마음을 비우고 아이가 선택한 길을 지켜봐줘야 한다.


혹 아이의 가는 길이 바르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개입해서 올바른 길을 안내해줘야 한다고 느껴질 때 곰곰 생각해보라. 부모로서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이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바른 재능 교육을 하고 있는 부모가 극성 부모와 다른 점은 부모 자신이 아니라 아이에게서 교육 기준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진한 애정과 욕심 없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공격적 관찰과 소극적 양육 태도가 필요하다. 아이에 대한 애정의 시작은 관찰이다. 내 아이라고 다 안다고 자만해선 곤란하다.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인정하자. 그리고 겸손하게 관찰하자. 관찰은 부모의 욕심과 기준을 버리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진짜 관찰은 아이 행동만이 아니라 그 행동을 유발시키는 심리 상태와 원인에 대한 이해까지 동반한다. 행동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선 특정 행동이 생기는 빈도와 환경을 기록해야 한다. 특정 행동이나 말이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지 기록하고 그 이유를 함께 메모한다. 예를 들어 유독 자연이나 동식물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어떤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부모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분석하면 부모는 아이의 외연적 행동만이 아니라 마음 상태까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관찰은 적극적 행동이다.


단, 아이에게 관찰이 감시나 통제로 비쳐선 곤란하다. 어떻게 하면 면밀한 관찰이 감시로 오해받지 않을 수 있을까. 스무 고개의 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한 방법이다. 관찰을 하다보면 아이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행동 자체만으로 짐작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데 "너 도대체 왜 그러니?"라고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스무 고개 문답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끔 한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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