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단어 공부의 허와 실
정보/영어2006. 8. 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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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어렵다는 영어 어휘집을 33000 단어까지 보았지만 영어책을 속 시원히 읽을 수 없었다. 뉴질랜드에 온 후에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서 무작정 읽으면서 영어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베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영어단어 공부를 단어집 위주로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영어단어집에도 단어 밑에 한국어로 뜻을 써 놓고 거기에 해당하는 예문 하나를 달아놓긴 했어도 그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영어 책을 사전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영어 책을 읽기 위해 사전을 옆에 펼쳐 놓고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가까운 대학 도서관에 가보면 대부분의 책상에는 영어 사전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어사전이 나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사전에 의지해서는 영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영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단어보다도 먼저 문장을 읽어나가야만 한다. 영어 단어를 "house = 집" 이라는 식으로 단어 하나에 한국어 뜻 몇개개씩을 외워나가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영어 책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는 없다.
몇달에 걸쳐서 사전 펼쳐 놓고 책 한권을 읽고서 만족감에 빠지는게 고작일게다. 영어단어를 한국어로 치환하여 한 문장씩 읽어나가는 방식으로는 영어 책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 책을 어떻게 읽어나가야만 할까? 우선 영어단어가 막히더라도 영어 책을 읽어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막히는 단어들은 밑줄을 그어 놓았다가 시간이 날 때 마다 한번씩 찾아나가면 될 것이다. 요즘은 전자사전이 있어서 이 점에서 무척 편리하다.
외국에서 우리들이 물건을 살 때 처음에는 모든 물건 값을 한국 원화로 계산하게 된다. 이 것이 10달러면 한국 돈으로는 얼마구나? 하고 머리 속으로 자동 계산을 하고 그래서 비싸거나 싸거나 하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외국에 오랫동안 거주하게 되면 원화로 계산하는 습관을 버리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어 책을 읽을 때도 처음에는 자동적으로 한국말로의 뜻을 생각하게 되고, 한국말로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으면 그 문장 자체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문장의 뜻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번역업에 종사할 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영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영어로 번역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영어로 책을 이해하고 나중에 적당한 우리 말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영어를 영어로서 읽는 습관을 길러야만 한다. 영한사전이라는 것은 영어 단어를 가장 근접한 우리 말로 바꾸어 놓은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사고방식과 문화가 다른 외국의 말은 아무리 우리 말로 바꾸어 놓더라도 그 뉴앙스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우리 말의 뜻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 치환해 놓는 데에 불과하다. friend 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우리 말로는 친구라고 뜻을 새겨 놓았지만 실제로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friend 라는 개념은 그 뜻이 우리 말과는 무척 다르다.
우리들은 친구라고 한다면 대개 10살 이내의 나이 차를 가진, 서로 의식과 뜻을 공유하며 오랜동안 함께 어울려 지내왔다는 개념인데 반하여 영어권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두 존재를 가르친다. 우리 보다는 더 가벼운 뜻으로 쓴다. 60대 노인과 10대의 손자가 서로 friend가 될 수 있으며, 외국에서 가볍게 만난 낯선 사람도 선뜻 friend 로서 생각될 수 있다.
문장 속에 있는 영어단어 중에서 우리 말로 치환해서 제대로 해석이 되는 단어는 기본 1000단어 정도이고 대부분의 단어는 우리나라 영어사전 안에 있는 말을 대입해서 매끄럽게 해석하기가 어렵다.
영어단어를 한국어로 치환해서 읽는 방식은 우리 말로 매끄러운 해석이 안되면 영어를 읽을 수 없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해서는 영어 책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영어 단어는 영어 문장 속에서 읽어나가며 익히도록 하고, 영어단어를 한국말로 치환해서 외우려고 하기 보다는 문장안에서의 문맥을 이해하면서 뜻을 익히도록 해야 제대로 영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영어 책을 자꾸만 읽어 내려가야만 한다. 물론 영한사전도 참고로 하긴 하지만 다만 참고로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거기에 의지해서 영어단어를 우리 말로 치환하여 해석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단어를 외운다면 자주 사용하는 관련어와 함께 외우는 것이 좋다. 단어 하나만 덜렁 떼어놓고 외워서는 그 단어 뜻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우리 말로 단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는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단어들이 문장 속에서는 우리 사전에 있는 적당히 말로는 매끄럽게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의 영어 책 읽는 속도가 눈부시다.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읽어오게 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학교 도서실에서도 책을 빌려서 자기 스스로 읽는 것을 보고 나의 영어 책읽기 방법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고 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은 그 단어 뜻을 한국어로 말하라고 하면 망설이게 된다. 단어 하나에 맞는 한국어 뜻을 적절히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어단어를 한국어로 외우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영어 책을 자유스럽게 읽긴 하지만 한국어 단어로 치환하지는 못하는 것이 영어 책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증거이다. 영어 책은 영어로 읽고 한국어 책은 한국어로 읽는 것이 바로 bilingual 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돌아가서 나중에 한국어 책을 읽게 될 때는 한국어로도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연수 졸업생들도 우리 나라 책뿐만 아니라 영어 책도 많이 읽어서 장차 국제적으로 출간되는 책들을 번역서가 아닌 원문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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